현대무용에서 필라테스까지: 움직임 전문가의 여정

현대무용에서 필라테스까지: 움직임 전문가의 여정

“왜 무용 전공자가 필라테스를 해요?”

지난 십여 년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결국 저의 이야기 전체를 하게 됩니다. 중앙대학교 무용과에 입학하던 스무 살부터, 지금 서울 상암동에서 mm Pilates와 mm barre n yoga를 운영하고, WILA(웰니스산업리더협회) 부협회장으로 활동하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해보려 합니다.

장효주 프로필

장효주의 움직임 여정

시기이정표
대학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무용과 (현대무용)
석사현대무용과 필라테스의 상관관계 연구
박사과정체육학 박사수료 (운동제어 전공)
2021서울 상암동 mm Pilates 설립
2023fonv 총괄 디렉터, KPGA 컨퍼런스 발표
2024mm barre n yoga 오픈 (같은 건물 5층)
현재WILA 부협회장, 해외 세미나 강사

중앙대학교 무용과에서 어떻게 움직임을 만났나요?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 탐구에서 시작된 “왜 이 근육이 이렇게 반응하지?”라는 궁금증이 해부학과 필라테스로 이어졌습니다.

현대무용을 선택한 건, 몸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발레의 엄격한 형식미도, 한국무용의 깊은 호흡도 좋았지만, 현대무용이 가진 자유로움에 끌렸습니다. 정해진 틀 없이 움직임 자체를 탐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움직임을 ‘느끼는 것’과 ‘이해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는 감각과 감정에 의존했지만, 연습실로 돌아오면 “왜 이 동작에서 이 근육이 이렇게 반응하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궁금증이 저를 해부학과 운동생리학 공부로 이끌었고, 결국 필라테스를 만나게 했습니다.

현대무용과 필라테스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석사 연구를 통해, 무용의 예술성과 필라테스의 과학적 정밀함은 대립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저는 본격적으로 현대무용과 필라테스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석사 논문의 주제는 현대무용수에게 필라테스 훈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조셉 필라테스가 자신의 메소드를 발전시킨 배경에는 무용이 깊이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뉴욕에서 마사 그레이엄, 조지 발란신 같은 전설적인 안무가들과 교류했고, 많은 무용수들이 그의 스튜디오에서 훈련했습니다.

무용수의 몸에서 발견한 것

무용수는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특수한 취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점프와 착지로 인한 관절 부하, 극단적인 유연성이 가져오는 불안정성, 비대칭적인 동작 패턴으로 인한 근육 불균형 등.

필라테스는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과도한 유연성을 안정성으로 보완하고, 불균형한 근력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고, 반복적인 충격에 지친 관절을 부드럽게 재활하는 것. 석사 연구를 통해 이런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무용이 “예술적 표현”이었다면, 필라테스는 “과학적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굽힘 스트레칭

운동제어(Motor Control)는 필라테스에 어떻게 적용되나요?

운동제어는 뇌가 움직임을 처리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개인별 신체 조건에 맞춘 정밀한 큐잉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석사를 마치고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면서, 또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같은 필라테스 동작을 가르쳐도 어떤 분은 금방 습득하시고, 어떤 분은 오래 걸리십니다. 이건 단순히 근력이나 유연성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뇌가 움직임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체육학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전공은 **운동제어(Motor Control)**를 선택했습니다.

운동제어는 인간이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신경과학, 생체역학, 심리학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데 있어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근거가 중요한 이유

운동 업계에서는 “이 운동이 좋다”, “저 방법이 효과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중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필라테스를 가르칠 때 “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코어를 활성화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복횡근이 활성화되면 요추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이는 리포머 위에서 이 동작을 할 때 이런 효과를 가져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물론 수업 중에 해부학 강의를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강사인 제가 그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개인별로 다른 신체 조건에 맞춰 동작을 수정하고, 적절한 큐잉을 줄 수 있습니다.

WILA와 K-필라테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한국 필라테스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강사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WILA 부협회장과 fonv 국내 총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저는 개인 레슨실을 넘어서 더 넓은 범위에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WILA(웰니스산업리더협회) 활동으로 이어졌고, 현재 부협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WILA에서 저는 필라테스 강사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한국 필라테스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필라테스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와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인 리더십 구조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KINTEX 컨퍼런스 발표

또한 fonv Pilates Association의 국내 총괄 디렉터로서, K-Pilates Convention, IDO Convention 등 국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발표하면서, 한국 필라테스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본 삿포로와 대만 타이페이에서 진행한 해외 세미나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비전

돌이켜보면, 중앙대 무용과에서 시작된 저의 여정은 하나의 일관된 질문을 따라왔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움직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아마 평생에 걸쳐 탐구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제가 얻은 확신은 이것입니다.

좋은 움직임은 좋은 삶의 기반이라는 것. 그리고 그 좋은 움직임은 과학적 이해와 따뜻한 교육이 만날 때 가능하다는 것.

현대무용의 예술성, 필라테스의 정밀함, 운동제어의 과학 — 이 세 가지를 결합해 더 많은 분들의 움직임을 돕고 싶습니다. 이 여정은 K-필라테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이자, K-웰니스 문화가 글로벌 피트니스를 변화시키고 있는 흐름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mm Pilates에서, mm barre n yoga에서, 해외 세미나 무대에서 — 제가 걸어온 길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나누겠습니다.


제 이야기가 궁금하시거나 필라테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면 인스타그램 @pilajuliaa로 연락주세요. 움직임에 대한 모든 대화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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